책 소개

남자의 자리

손정 2018. 9. 16. 15:58

처음 번역되어 출간되었을 때 제목은 아버지의 자리였다.

밤이 선생이다에서 황현산도 아버지의 자리에 대해 언급했다.

읽어 보자고 서점에서 찾으니 남자의 자리로 제목이 바뀌어 있었다.

그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아버지의 자리는 자식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인생이다.

남자의 자리는 자식에다 아내의 시선도 포함하며 세상과 부대껴왔던 그의 모습도 포함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아버지의 자리로 읽었다.

세상의 한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수행하는 모습 조차도 아버지라는 짐을 지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저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다 다를 것이다.

다정하고 친구같은 아버지

내 삶의 교과서인양 사는 방식 하나 하나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아버지

그의 삶을 사느라 자식에게 관심을 두기도 벅찼던 아버지

치열하게 자기 꿈을 좆던 모습으로 나에게 아버지로 다정한 기억은 없어도 인간으로 존경스러운 아버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말라고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식에겐 그나마 가진 돈에다 정성까지 다 쏟던 아버지

타고 난 것 없고 재주도 없어 번번히 세상의 벽에 부딪히던 아버지

어떤 아버지의 모습이더라도 소설의 주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도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