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관촌수필

손정 2018. 9. 22. 13:46

관촌수필은 집필의도가 그러하여 전체적으로 슬픈 인상일 수 밖에 없다. 어린 시절 자신이 보았던 풍경과 사람들을 회상하며 썼으나 신분제가 아직 다 물러 가지 않았고 전쟁과 가난으로 사람들이 제 운명을 제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옹점이가 그랬고 대복이가 그랬고 석공이 그랬다. 슬픈 가운데 그나마 편히 읽히는 것은 할아버지를 주인공을 한 일락서산이다. 할아버지는 그저 추억으로 읽어 내고 잠시 그리움에 잠기면 되지만 다른 이가 주인공인 글은 그들의 기구한 운명도 함께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지된 모습을 살아 있는 듯 풍부하게 묘사해내는 작가의 출중함에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 보고 싶은 책이다. 좋았던 표현 몇몇을 옮겨 본다.

9 시절이 이러매 신정 연휴를 빌미할 수 밖에 없음을..

 

35 철부지 적의 아련한 기억보다 훨씬 씨알이 여문 그리움이었다.

 

61 난데없는 사람이 이만한 그림자를 데리고 이발관 앞을 지나갔던바

 

77 서울 하늘이 정처라 했다.

 

80 두 볼이 남의 살이 되도록 (추운 날 밖에 오래 있던 상황 묘사)

 

121 삽살개 한 마리 다리 뻗을 데 (좁은 공간 크기 묘사)

 

돌뽕나무 한 그루는 따로 물러서서 늙고 있었다.

 

125 욕을 하려 들면 동네 구정물은 혼자 다 마신 듯이 걸고 상스러웠다.

 

179 하늘의 선심 같은 푸짐한 눈발 때문이었겠지만

 

186 초상집에 부고 전하러 온 신세

 

253 바다는 밤으로 더 가까이 오면서 길잡이 바람만 되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