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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 에세이

일, 사람, 세상

by 손정 2019. 9. 7.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연히 생각하다보면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막막하여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때는 나는 삶을 세가지 측면으로 압축해본다.

일, 사람, 세상이다.

일은 밥을 벌기 위해 해야 하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다. 먹고 사는 문제 만큼 더 큰 걱정거리는 없다. 그 어떤 걱정거리가 있더라도 생계의 문제가 눈앞에 등장하면 기존의 걱정은 작은 문제로 바뀐다. 나는 어떤 일을 하며 먹고 살 것이며 조금 더 안정적으로 살려면 그 일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항상 하는 나의 고민이다. 많은 고민끝에 내가 찾은 답은 결국 실력이다. 실력이 없으니 기회가 생기지 않고, 기회가 생겨도 실력이 없으면 증명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실력은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있다고 세상이 단번에 나를 알아봐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일에 대해 내가 얻은 답은 적토성산이다. 흙을 쌓아 산을 만든다 로 순자의 권학편에 나오는 말이다. 적토성산 풍우흥언, 흙을 쌓아 산을 만들면 비와 바람은 그곳에서 절로 일어난다 라는 뜻이다. 진인사대천명과도 같은 뜻이고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와도 같은 말이다. 적토성산 말고는 달리 일에 대해 취할 자세는 없어 보인다.

사람은 관계의 대상이다. 관계는 주고 받음으로 매여 있는 사이라는 뜻이다. 가족도 관계의 대상이고 고객, 직장 동료 모두가 관계의 대상이다. 모두가 자기를 위하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관계가 쉽지 않다. 관계가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들이 내 뜻에 많게 변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여기에 답이 있다. 다른 사람은 내가 바꿀 수 없다. 안되는 것을 하려고 하니 힘이 든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직장에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 배려심 없는 사람 조차 다름으로 인정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인정 안하면 또 어쩐단 말인가? 관계를 위해서는 맷집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사람을 지켜보는데 견디는 힘을 키워야 한다. 나에게 뒷담화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견디는 맷집을 키워야 한다. 그들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원히 나를 괴롭힐 것 같던 악덕 상사도 언젠간 사라지더라. 괴롭혀준 상사 덕분에 공부도 더하고 경험도 많아진 좋은 기억도 있다. 관계, 타인은 바꿀 수 없다. 맷집을 기르고 내가 바뀌는 편이 속 편하더라.

세상은 내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를 품고 있는 곳이다. 세상이 품은 문제가 결국 일의 대상이며 관계에서 갈등의 원인도 된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않고 이미 자신이 정해놓은 답을 기준으로 바라보니 서로 괴롭다. 세상을 대하는 자세는 정견이다. 바로 본다는 의미다. 정보가 부족하면 판단을 유보하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해 놓은 답속에서 부족한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다. 그러고선 관계에 임하니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일은 적토성산이며 사람은 타인은 바꿀수 없다이며 세상은 정견이다. 복잡한 머리를 단순하게 하고 다시 흙을 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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